<성명>
10월 27일 잠정합의안에 부쳐
10월 27일 저녁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과 최연혜 사장은 '2014년 임금교섭 및 현안협의'를 조인했다. 합의내용은 정부가 '공기업정상화' 일환으로 요구한 평균임금 산정방식 개악과 그에 대한 보상으로 성과급 계산시 12/15 곱하기 폐지를 위한 사측의 노력, 그리고 2014년 임금 1.75%인상(호봉승급분 약 1.4% 포함)등으로 이미 전임집행부 때부터 정부와 사측으로부터 강요받던 내용들이다.
합의내용에 우리 조합이 요구하여 반영된 내용은 거의 없다. 당선 직후 긴급교섭 재개 소식을 듣고 우려하는 의견들에 대해 지도부 일원조차 '교섭 자체를 거부할 명분은 없고 많은 조합원이 교섭을 원하므로 교섭을 하되 해고자복직 등 노조의 요구도 공세적으로 제시할 것이고 입장차가 크면 결렬될 것도 가정한다. 무조건 신속한 합의를 위한 교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던 것은 빈말이 되고 말았다. 또한 24일 지부장회의에서 '비록 정부와 철도공사가 10월 28일까지 가짜정상화 방안을 완료할 것을 압박하고 있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방만경영의 진짜 주범을 밝히고 현안 문제 해결 등을 공세적으로 제기할 것을 주문(철노홈피 헤드라인뉴스)'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반영되지 않았다. 해고자복직 협의체를 격상하여 11월부터 운영한다는 합의가 있으나 그보다 더한 합의도 소용없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민망한 고명 얹기 이상은 아니다.
이번 합의를 위한 준비와 교섭과정은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듯 했다. 23일 당선되고 24일 의장단간담회와 전국지부장회의를 개최했고, 25일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만들고, 26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ARS여론조사를 거쳐, 27일 합의문에 조인하는 초고속 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사측이 전국지부장회의 참석자들을 출장 처리해주고, ARS응답률 제고를 위해 기관사의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잠시 허용한 것은 이번 합의가 '최연혜사장살리기'였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며, 민주노조의 기본인 자주성을 위협하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실장도 인선하지 못한 상태에서 왜 교섭을 서두르느냐고 지적한 것은 새 지도부가 이처럼 사측의 사정과 요구대로 끌려다니는 모습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편 ARS 여론조사에서 조합원의 68%가 응답하여 응답자의 89%가 찬성했으니 현 지도부는 잠정합의안에 조인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자평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합의내용이 이전 합의 인준투표 부결로 물러난 전임집행부와 직무대리 집행부가 합의를 거부했던 내용과 거의 흡사한 점을 감안하면, 조합원들은 이번 잠정합의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찬성했다기보다는 같은 내용이 지겹도록 반복되고 그 과정의 노사갈등에서 노조로부터는 무성의 또는 역부족으로 방치된 체 사측의 집요한 괴롭힘을 당하는 사태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온당하다.
현 김영훈 집행부는 많은 활동가들이 정세의 위급함에 동감하고 합의추대한 집행부이다. 따라서 선거 전 토론회와 선거과정에서 후보자들이 밝힌 것처럼 전 조합원과 간부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지혜롭고 힘차게 투쟁하는 집행부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잠정합의안 생산을 위해 소수가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일정을 졸속적으로 배치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새 집행부 구성을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은 무시되었다. 합의추대된 통합집행부가 2년의 임기를 이렇게 시작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측 요구대로 합의해주지 않으면 정부의 페널티를 어떻게 견딜 것이냐고 질문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이 없으면 양보합의하자고 한다. 평조합원들은 물론 지부장회의 이상의 간부회의에서도 최근에 그런 입장이 확장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은 물론 극우 정권이 연이어 집권하는 역사적 퇴행과 엄혹한 정세에 있다. 그러나 그런 정세를 핑계로 우리는 왜 민주노조를 하고 있는지 근본을 잊고 있지 않은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웬만한 민주노조라면 사업계획, 투쟁계획, 교섭준비 등을 할 때 정세를 분석하고, 사회민주화의 관점과 민중연대의 관점에서 어떠한 투쟁이 필요하고 가능한지 가늠하면서 동시에 조합원의 실리도 판단해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철도노조 회의에서 민주진영 전체의 관점은 없이 사측의 공격에 수동적으로 대응하여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지 주판알 튀기는 소리만 난무하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내년 임금동결 같은 페널티를 피해야 하니까 평균임금 산정방식 후퇴가 불가피하다면 파업 자주해서 페널티 많이 받을 것 뻔히 알면서 김명환 집행부는 무슨 생각으로 23일이나 파업을 했나? 그런 어리석은 일에 우리는 감동하고 지도부에게 박수를 쳤단 말인가? 또 공기업정상화 2단계에서 아마도 십중팔구 정부와 사측이 '근속승진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2015년 임금을 동결하는 등 페널티를 주겠다’고 한다면 어찌하겠는가? 지금은 동화 속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같은 상황이다. 달라는 대로 팔다리를 떼어 줄 것인가 아니면 패배의 위험을 각오하고서라도 떡을 지키는 싸움을 하는 것이 팔다리와 목숨을 지키는 현명한 길인가?
이제 5일부터 잠정합의안에 대한 인준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합의안의 내용과 교섭과정 등을 평가해볼 때 결코 흔쾌히 찬성하기 어렵다. 그러나 합의안에 대한 인준투표가 정작 합의안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고 엊그제 선출된 위원장 등 중앙지도부와 지방본부장의 신임에만 연계되어있는 현행 규약의 불합리 하에서는 냉정한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이번 합의안과 교섭과정이 아무리 마음에 안 든다 한들 며칠 전 압도적 찬성으로 내 손으로 선출한 지도부를 불신임하고 싶은 냉혹한 조합원이 얼마나 있겠나?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인준투표와 관련한 위원장의 담화처럼 '조합원들의 실리를 잘 챙기면서도 우리노동조합이 실리주의 노선으로 분열하지 않'는 철도노조를 재건하여 조합원들에게는 물론 많은 민중들로부터 박수받는 26대 집행부가 되기를 엄중히 촉구하고 기대한다.
2014년 11월 2일
계급적 단결과 연대를 위한 철도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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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위 성명을 발표한 후 3일에 본부조합으로부터 ‘이번 인준투표는 지도부 신임과 연계되지 않는 투표이고 부결되면 잠정합의안의 효력도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철도노동자회 성명서 내용에 오해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중대한 오해이어서 성명을 잠정 삭제하고(제목만 남겨둔 체) 수정을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최초 성명을 수정 없이 다시 게재하고 ‘오해’를 불러온 상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덧붙입니다.
-‘2014년 임금교섭 및 현안협의(잠정)'이 어떤 의미에서 ’잠정‘합의인지 모호합니다. ‘구두설명’에 의하면 예전처럼 노사대표가 조인함으로써 바로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아닌 조합원인준투표에서 가결되어야 효력을 발생하는 합의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합의서 안에 ‘이 합의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조합원인준투표에서 가결될 때 효력을 발생한다.’ 라는 문구를 포함하는 것이 적절하고 그래야 추가 설명도 필요 없고 오해도 없었을 것입니다.
-투표공고문에도 이번 투표의 성격이 명확히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위원장이 지부장 회의에서 이번 인준투표는 지도부 신임과 연계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투표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설명을 전해 듣지 못한 많은 조합원들은 예전의 인준투표와 같은 투표로 이해하고 투표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투표공고문에 명확히 드러낼 일이지 말로 설명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위 성명서에서 ‘이번 합의안과 교섭과정이 아무리 마음에 안 든다 한들 며칠 전 압도적 찬성으로 내 손으로 선출한 지도부를 불신임하고 싶은 냉혹한 조합원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표현한 것은 조합이 신속히 적극적으로 투표의 의미를 재공고하고 설명하지 않는 한 여전히 유효합니다.
-규약개정 공약을 실천하는 것과 현행 규약을 위반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선거 직전 열린 토론회에서 다수 발표자가 노사합의 인준권을 조합원에게 온전히 돌려주는 방향으로 규약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현 지도부도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노사합의 과정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한 확대쟁대위의 의결 대신 조합원 ARS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잠정합의에 대하여 조합원총회에 인준을 요청하는 것은 약속을 이행하려는 올바른 방향의 태도입니다. 하지만 개정할 규약이라고 해서 위반해도 된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검토해보아도 인준투표를 하면서 현행 규약 59조를 적용하지 않을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이 점에 대한 조합의 분명한 입장과 설명이 있어야합니다.
제59조【협약의 체결】
위원장은 단체협약의 체결 전 잠정합의안에 대해 확대쟁대위 의결을 거쳐야 하고, 체결된 협약에 대하여 조합원 총회의 인준을 받는다. 인준안 부결 시 조합 위원장 및 지방본부장은 불신임된 것으로 본다. 단, 확대쟁대위 의결 시 해당지부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투표결과 가결이 된다면 지금 지적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지는 않겠지만, 지도부가 편의대로 규약을 해석하고 위반하는 나쁜 전례로 남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랍니다.
-이러한 검토결과에 따라 최초 성명을 4일에 그대로 다시 발표합니다. 다만 조합의 의도대로 부결되어도 지도부가 불신임되는 것이 아니라는 조건에서는 우리 철도노동자회는 이번 잠정합의안 인준투표에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바입니다. 그 이유는 철도현장회가 발행한 ‘투쟁하는현장노동자’ 내용과 같으므로 반복하여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언하지만 이번 투표가 조합 의도대로 ‘지도부 신임과 연계되지 않은 인준투표’로 실행될 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