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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9-19 09:30
가짜 정상화의 민낯, 사용자의 임금인상 결의대회 소동
 글쓴이 : 철도노조
조회 : 1,956  

 

가짜 정상화의 민낯, 사용자의 임금인상 결의대회 소동



김영훈 철도노조 지도위원(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쯤 되면 유신시대라고 불러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듯합니다. 지난 15일 철도공사가 주최한 ‘노사합의 촉구 결의대회’는 군사독재정권하에서 벌어진 관제데모와 다를 바 없는 시대착오적인 일이었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요구하는 ‘퇴직금 산정방식 개선’을 위해 철도노조에 18일까지 철도공사와 합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철도공사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노동조합이 합의를 거부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노동조합이 공공부문 비정상화의 주범이라고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정부와 철도공사의 요구는 퇴직금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 범위를 축소하자는 것입니다. 평균임금은 노동자가 받는 세전임금, 즉 월급이나 연봉을 일급으로 환산한 것으로 재직시에는 각종 수당과 퇴직금의 기준이 되고, 퇴직 후에는 실업급여의 기준이 됩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 이후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통상임금보다 넓은 개념이자 노사 간 임금교섭과 임금구조 설계에서 핵심 준거가 됩니다.

 

철도공사가 요구하는 퇴직금 산정방식 개선의 본질은 퇴직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임금구조를 변경하는 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 평균임금의 주요 요소인 상여금 범위를 축소하자는 것입니다. 공기업에 적용되고 있는 성과상여금은 기본급 대비 최저 200%에서 최고 500%까지 차등 지급되고, 평균 400% 내외입니다. 이를 최저기준인 200%로 변경하면 연간 두 달치 이상의 기본급이 평균임금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집회에 참석한 직원들과 가족들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임금을 삭감해 달라고 결의한 것입니다. 직원들이 사용자가 주최하는 임금삭감 집회에 참석해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왜 벌어진 것일까요. 지난 9월3일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회의를 통해 9월20일까지 평균임금 개악안을 포함한 임금삭감에 노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그 기관에 대해서는 2015년도 임금을 동결하고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공공부문 기관장들은 갖은 비정상적인 방식을 동원해 자신들의 ‘생존권 사수 투쟁’에 나섰습니다.

 

철도공사는 조합원들이 가장 바쁘고 긴장해 있던 추석 대수송 기간에 관리자들을 총동원해 현장을 들쑤셨습니다. 현장에는 평균임금 개악안에 노동조합이 합의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오히려 이익이라는 사측 대자보로 도배가 됐습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이번 관제데모는 내년도 임금인상을 위한 총력 투쟁 결의대회인 셈입니다. 물론 참석한 직원 중에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노동조합이 괜한 희생을 당하는 것보다 조직을 살리고 보자는 생각을 한 분도 있을 것이고, 지금 합의해 주면 더 이익이라는 철도공사의 자료에 솔깃한 분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소동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가짜 정상화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 줄 뿐입니다. 철도공사 주장대로 노동조합이 평균임금 삭감에 동의해 주는 것이 조합원들에게 더 이익이라면, 정부는 국민에게 사기를 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공기업 부채의 원인으로 ‘신의 직장’이니 하면서 과도한 인건비 타령을 했던 정부입니다.

 

장기적으로 인건비 비중을 올리는 일을 정부가 추진한다는 것인지, 그래서 인건비 비중이 올라가면 그것을 빌미로 공기업 민영화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1930년대 나치 독일은 대공황 경제위기의 주범을 유태인·노동조합·사회주의자로 지목했습니다. 대중들은 히틀러의 사기극에 속아 자발적으로 그들을 혐오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젊은이들과 경제적 약자들일수록 더욱 나치즘에 열광했습니다.

 

졸지에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막는 집단이 돼 버린 역설. 오늘날 '거짓 정상화'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은 정녕 30년대 유태인 신세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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