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은 한국 철도의 죽음이다”
학계· 언론, 일방적 분할 추진 위험성 경고
박근혜 정부가 철도 쪼개기를 서두르고 있다. 국토부 장관은 ‘5월말까지 방안을 내놓겠다’는 업무보고까지 마친 상태다. 국토부 장관은 국민여론을 의식한 듯 ‘민영화는 아니고 제2공사 등 제 3의 길을 찾고 있다’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철도민영화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철도 분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학계와 언론 및 철도전문가들은 철도강국으로 불리는 외국사례를 들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철도 분할이 우리나라의 상황과 맞지 않고, 오히려 100년간 이어온 한국철도를 파탄 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는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금 한국의 철도산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철도 쪼개기는 한국의 철도산업이 파멸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철도를 쪼개면 국토부 관료들은 재직 때에는 제1·2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을 주무를 수 있고, 퇴직 뒤에는 차지할 자리가 더 생길지 모르지만 죽어나는 것은 국민이다”고 성토했다.
최근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제2철도공사의 경우 초기에는 낮은 인건비와 신설 노선 운영의 이점 때문에 효율적인 원가구조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경쟁을 지속할 유인이 낮아지게 되고, 인건비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공기업 비대화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철도분할의 근거로 제시하는 요금인하와 경쟁력 강화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실은 “수서발 KTX는 기존 KTX 노선과 80% 이상 중복되며, 가장 큰 시장인 수도권 고객을 지역으로 나누는 구조로 돼 있어 경쟁으로 인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있지만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상호 보완적 관계 하에 지역 독점 성격을 띠고 있다.”며 경쟁도입의 허구성을 폭로했다.
또한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려는 철도분할이 ‘민영화로 가는 우회로’라는 지적도 나왔다. 철도노조 조합원이자 공공철도연구소 연구원인 박흥수씨는 “KTX만을 분리해서 운영한다면 철도공사도 매우 낮은 원가구조로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며 결국 철도분할의 목적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철도 민영화로 가는 우회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원화된 시설과 운영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철도강국으로 불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철도시설과 운영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전문가들은 “영국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는 주요 기간 노선에 경쟁 체제를 적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한국처럼 2개의 공공기관 체제로 경쟁을 도입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철도를 분리해 비효율을 더욱 키우기보다는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을 통합해 운영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는 “한국 철도가 살 수 있는 길은 철도공단과 철도공사의 통합”이라며 “국토부 장관은 선사후공하는 관료들 소리만 듣지 말고 철도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한국 철도를 죽이는 우를 범해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말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엄태호 연세대 교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철도정책은 지나치게 경쟁이라는 정책 수단만을 목표화하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 추진을 경계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철도분할은 철도민영화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사회적 동의없이 강압적으로 추진할 경우 전면적 투쟁에 나서겠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철도노조는 5월 3일 위원장 현장순회를 통해 투쟁의 결의를 모으고 △조합원 교육 △주요역 거점별 선전 △시민사회단체 간담회를 추진하고 5월 말 경 확대쟁대위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