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초강경 철도노조 탈퇴러시” 보도에 대한 논평 ]
조선일보는 최소한 객관적 시각이라도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가 철도노조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의 단골메뉴인 귀족노조 시비나 불법파업 협박은 아니지만 마치 철도노조가 붕괴하고 있는 듯한 기사다. ‘초강경 철도노조 탈퇴 러시’라는 초강경 제목의 기사(2014.10.15.)는 철도노조 조합원 수가 올 들어 전례 없이 1500명가량 감소했다는 것으로, ‘잇단 정치 투쟁에 환멸-해고자 늘자 조합비도 올려’, ‘얻는 것 없다, 노조원들 이탈’이라며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대한 조선일보의 편향적이고, 악의적인 기사를 한두 번 봐 온 것이 아닌지라 이제는 만성이 되기는 했지만, 최소한 기계적 균형이나 사실 확인도 없는 편향된 기사에 철도 현장에서는 ‘역시 조선일보?’라는 우스개가 나오고 있다. 정상적인, 언론이 가지는 최소한의 책임을 생각하는 기사라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우선하고,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여기에서 얻어지는 나름의 결론을 통해 사회적 현상과 갈등, 그리고 부당함이 있다면 이를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기사도 예외 없이 조선일보는 지극히 편향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없어져야 할 대상이며, 해당 조합원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전하고 있는 것처럼 철도노조 조합원의 탈퇴는 ‘전례’ 없는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 대규모 탈퇴가 이뤄진 것은 경찰청장 출신 허준영 사장이 취임한 이후이다. 철도노조 무력화에 나선 허준영 사장은 철도노조 조합원으로 가입된 사무직 직원들에게 단체협약도 무시하고 노동조합 탈퇴를 강권했다. 이후 현업에서 근무하다가 보직이 변경된 조합원은 예외 없이 철도노조를 탈퇴하게 하는 부당행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 수행의 선봉이 되어 철도노조를 눈엣가시로 여기게 된 최연혜 사장은 조합원에 대한 징계 협박과 함께 현업 소속장을 통해 철도노조 탈퇴서를 코레일 내부통신망에 버젓이 게시하며 노동조합 탈퇴를 강권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소위 ‘공기업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사상 초유의 ‘노사합의 촉구’ 관제집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전국의 소속장을 통해 ‘정상화 방안 노사합의 촉구 서명’을 받으며 철도현장을 극도의 혼란상태로 몰아가는 등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의 행태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철도공사 경영진의 전면적인 노조탄압과 조합원 탈퇴 강권 부당노동행위는 조선일보 기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조선일보 기사는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의 인터뷰를 마치 철도 노사관계 전문가의 입장인양 소개하고 있다. 이재훈 본부장이 누구인가? 철도산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철도 분할 민영화와 철도공사 해체의 선봉장이다. 공공의 철도를 요구하며 투쟁해 온 철도노조는 이재훈 본부장에게 있어 자신의 제안을 번번이 무산시켜온 주범일터인데 이런 사람의 인터뷰를 철도 전문가처럼 소개하는 것 역시 조선일보의 편파성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철도산업노동조합 김현중 위원장의 인터뷰를 싣고 있는데, 철도공사 직원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듯 조합원보다는 회사의 입장을 끊임없이 대변해온 그의 행보를 조선일보는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하다. 김현중 위원장 역시 이른바 ‘왕따’ 운운하며 철도노조를 흠집 내는 것에 열 올리기보다 ‘왜 철도 현장의 노동자들이 한국철도산업노동조합을 외면하고 여전히 극소수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자성이 필요할 것인데, 공사측 주문으로 만들어진 기사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조선일보의 인터뷰에 나선 일은 심히 유감이라 하겠다.
조선일보는 노사문제와 관련해 최소한 균형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사측이 제공한 자료를 윤색해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것에 지면을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소한 현재 공기업의 이상한 정상화와 이를 수행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공기업 경영진의 일탈행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법에 명시된 노사간 ‘자율교섭’은 공문구가 되고, 노동조합 자체를 와해시키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협박과 강권, 그리고 편법으로 점철된 가짜정상화의 현실에 대해 보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가 아닌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2014년 10월 16일
전국철도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