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역 사고에 대한 철도노조 입장)
철도사고 방지를 위한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 근본적인 안전 시스템 개선 및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지난 토요일(8월 31일) 발생한 대구역 열차 사고로 인해 고통을 겪으신 시민여러분께 철도 운행의 일주체인 전국철도노동조합 2만5천 조합원의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공식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 규명과 조치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치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사고 열차의 기관사, 열차승무원 개인의 잘못만이 부각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궁화 열차의 승무원과 기관사가 출발 신호를 오인하고 출발해 KTX 열차와 충돌’했다는 것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온 이번 사고의 원인입니다.
그런데 설령 신호에 대한 오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가 될 위험이 큰 열차에서 승무원의 순간적 오인이 곧바로 대형사고 이어진다는 것은 ‘인적오류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완할 안전장치가 미흡했다’는 것의 반증입니다. 즉 신호 오인으로 출발했을 경우에도 안전측선(사고예방을 위하여 만들어 놓은 선로)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본선 방향으로 진행해 열차와 충돌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의 실수를 막는 것이 안전 시스템이며 그 안전시스템이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고는 계속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구역의 경우 지난 2008년 하행선(부산방향)에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사고 이후에도 안전측선 등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안전측선이 없더라도 출발신호기가 정지신호일 때 열차자동정지장치 등이 작동해 열차가 자동으로 정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구역의 경우 출발신호기로부터 본선과 부본선 합류지점의 거리가 짧아 기관사가 비상제동을 했음에도 열차 충돌이 발생한 것입니다. 2008년부터 인력효율화란 명목으로 철도의 안전을 무시하고 이러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1인승무를 시행하고 있는 것도 원인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무궁화 열차가 출발했던 1번선(부본선)의 경우 신호기 1, 2호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어 동종의 오인 사례가 발생해 왔으며 노조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계속 제기해 온 바 있습니다. 특히 당일 무궁화 열차의 출발 신호를 내렸던 열차승무원의 경우 인력부족으로 인해 휴일대체근무를 하던 승무원으로 기본적인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고 투입됐습니다. 이러한 대체근무자는 사고 이후 안내 미숙, 승강문 수동 취급 미숙 등으로 승객들이 창문을 깨고 탈출을 시도하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정부의 일방적 계획에 따른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열차 승무 업무를 전문 업무가 아니라 단순 업무로 지정해 외주화 등을 추진하려 했던 것에 원인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간 노동조합이 수차에 걸쳐 이러한 대체승무의 문제가 사고의 원인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중단을 요구했으나 경영합리화를 들어 묵살해 왔습니다.
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철도 사고는 이명박 정부 이후 철도의 현실을 무시하고 진행된 지난 수년간 경영 개선, 인력운영 효율화 명목의 현장인력 감축과 시설경비 절감, 운영과 시설의 상하분리 문제, 안전시스템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철도노조는 이번 사고의 철저한 원인규명과 인적 오류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시스템 확충 등 철도 사고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합니다. 국토교통부와 철도공사가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근본원인을 찾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면 이를 좌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