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용어설명]
- 안전측선 : 정거장 또는 신호소에 열차가 진입할 때 정지위치를 지나더라도 대향열차 또는 입환차량과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설치한 선로
- 운전보안장치 : 열차자동정지장치, 열차자동제어장치, 운전경계장치, 신호장치, 연동장치, 폐색장치, 전철장치, 제동장치, 방호장치, 운전용 통신장치, 건널목 보안장치, 고속차량의 열차속도제한장치 등
- ATS : 열차 자동 정지 장치(제한속도보다 과속하는 열차를 자동적으로 정지시키는 장치), 과속상태이면 기관사에게 경보주의를 하고 5초이내에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비상
- ATP : 열차 자동 방어 장치(열차운행정보를 차량의 컴퓨터에 전송, 열차가 일정속도를 넘으면 내려가게 해주는 장치)
1. Level 1 : 지상 ATP 시스템 설치구간을 운행할 경우
2. Level STM : 지상 ATP시스템의 설치가 없고, ATS 지상자만 설치된 구간을 운행할 경우. 이 경우 ATS 시스템의 운전속도감시를 ATP 시스템에서 제공
3. Level 0 : 지상 ATP시스템과 ATS 지상자가 모두 설치되지 않은 구간을 운행할 경우
(기자회견문)
철도 안전을 위한 안전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 근본적인 안전 시스템 개선 및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8월 31일 발생한 대구역 열차 사고로 인해 고통과 불편을 겪으신 시민여러분께 전국철도노동조합 2만5천 조합원을 대신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불어 철도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작업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와 철도공사는 이번 사고를 단순히 근무기강 해이와 타성적 근무태도 등 개인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몰아가면서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특히 국토부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뜬금없이 “이번 사고가 기관사와 승무원 등이 그동안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집회 등에 동원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한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잘못된 철도 정책에 따른 책임론을 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철도공사 또한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근무기강 해이와 적당주의의 타성적 근무태도’라며 복무기강 확립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과 해결 방식은 사고 예방을 위한 수많은 연구결과에서 밝혀진 것처럼 유사사고의 재발방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종사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가중시켜 또 다른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희생양 찾기가 아니라 이번 사고가 발생한 근본 원인을 면밀하게 조사·분석해 한국철도의 안전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것이며 그것이 국민의 위한 철도로 나가는 길입니다.
국토부 산하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사고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철도노조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원인에는 열차 승무원, 기관사의 인적오류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고 작동했다면 이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승무원과 기관사의 ‘신호 오인이 있었다’고 하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가 될 위험이 큰 철도에서 승무원의 순간적 오인이 곧바로 사고 이어졌다는 것은 ‘인적 오류를 보완할 안전장치가 미흡했다’는 것의 반증입니다.
사고의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한 대구역 선로와 기관차에 설치된 운전보안장치(ATS or ATP)가 상호연동 되지 않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또한 신호 오인으로 출발했을 경우에도 안전측선(사고예방을 위하여 만들어 놓은 선로)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본선 방향으로 진행해 충돌하지 않았겠지만 이마저 없었습니다. 대구역의 경우 지난 2008년 하행선(부산방향)에 동일한 사고가 발생해 하행선의 경우에는 안전측선역할(4번선과 5번선 신호연동)을 하는 시설개량을 했으나 상행선은 방치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에 대해 시설과 운영을 분리해서 담당하고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가 책임만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인적 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누차 제기된 신호기 위치도 대구역의 경우 1, 2번선 출발신호기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어 착각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선로의 보안장치(하부)와 차량에 설치된 보안장치(상부)의 불일치는 철도에서 상하분리가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인력효율화란 명목으로 철도의 안전을 무시하고 1인승무를 시행하고 있는 것도 구조적 원인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력부족으로 인해 대체승무원이 부족하자 7년여간 열차승무 업무를 하지 않은 사무직 직원을 소정의 교육도 없이 무리하게 대체 투입해 사고 유발의 원인을 만들었습니다. 1차 사고가 난 KTX 열차 승무원 역시 대체승무원으로 사고이후 안내 방송과 승강문 수동취급 등이 긴급하게 이뤄지지 않아 승객들이 창문을 깨고 탈출을 시도하는 등 후속대처도 미흡했습니다. 외주화된 승무원들은 사고시 어떤 역할도 할 수 없었습니다. 열차승무 업무를 안전을 위한 전문 업무가 아니라 단순 업무로 취급해 외주화하고 이것이 마치 효율적인 것처럼 치부해온 때문입니다.
이미 관련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단순히 사람이 범하는 실수가 아닌 조직 및 환경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발생하는 ‘휴먼에러’가 이번 사고에도 작동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전시스템,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사고 예방을 위한 올바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고속철도와 일반철도가 같은 선로를 사용함으로써 경제적이지만 한편으로 사고의 위험이 높은 한국철도의 상황에서 각 열차의 통합 운영을 통한 상호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번 사고를 통해 반면교사 해야 할 것입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와 철도공사가 이번 사고를 개인의 잘못만으로 몰고가 또다시 땜질실 처방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인적 오류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시스템 구축을 통해 한국철도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계기로 만들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철도노동자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는 철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