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 이남에 내려와서 놀란 것이 두 가지가 있으시단다. 첫째는 남한 소가 이북의 소보다 너무 작은 것에 놀랐고, 또 하나는 ‘전라도와 경상도 새끼들이나 지 여편네 때리지’하시면서, 이북에서는 남자로서 이를 큰 수치로 여기는데 이남에서는 자랑이라도 되는 양 떠드는데 놀라셨다고 한다(물론 노인네의 편견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만일 아버지가 개인감정에 솔직한 분 그리고 활달한 성격이 아니라, 찬찬히 세상을 돌아보는 분이었다면 이남에서 더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을 성싶다. 이남에는 웬 위선자 놈들이 이렇게 많은 건지 말이다. 강하지도 못한 놈들이 강한 척, 똑똑하지도 못한 놈들이 똑똑한 척, 순수하지도 않은 놈들이 순수한 척... 그래도 어용새끼들, 박근혜·김기춘이나 최연혜처럼 사악한 것들은 그나마 참을 만하다. 왜? 그런 것들은 언젠가 피를 토하며 고꾸라질 날이 있을 테니까.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위선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역겨워서 참아줄 수가 없다.
우선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첫째, 너희들이 박근혜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조직하거나 협상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가?
둘째, 협상할 수 있는 사람이나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 또한 이를 결합시켜 협상장에서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능력과 결단이 있는 사람. 이러한 사람을 길러내기가 또는 찾아내기가 그리 쉬운 줄 아는가?
셋째,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한 투쟁을 전개하고, 앞으로 더 나은 투쟁을 조직할 수 있겠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그럼 첫째와 둘째 질문에 대한 답은 뻔하다. 안다면 이를 조합원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된다고 본다.
셋째 질문에 대한 답은?
보아라. 지금껏 22일간의 파업 또 이어진 하루 파업, 뺏지·리본착용에서 수많은 집회, 농성, 거리시위행진까지 그리고 선전전, 피켓시위, 삭발, 단식농성, 민주노총사수대까지...무수한 투쟁을 해왔다. 하지만, 사측이 계속 도발올 것이 분명해서, 그래서 계속 싸우려 부결운동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알면서 조합을 흔든다? 무슨 모순인가? 누구와 함께 어떻게 지금보다 강력하게 싸울 것인가를 고민한 발언인가?
왜 당신들이 계속 싸운다고 하니까 합의안에 불만 있는 조합원들이 이에 동조하고, 또한 그들이 너희들을 순수하게 강직하게 또는 똑똑하게 볼 것이라고 착각해서인가 말이다. 제발 안 되면 말고 하는 학생운동식의 투쟁을 멈추라.-학생운동이야 정의감 자체만은 남을 테지만 말이다. 아니면 당신들이 좋아하는 알량한 그 자리 때문인가? 도대체 누가 노동조합의 관료주의화를 주동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부결운동을 하는 이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투쟁을 조직한 사람도 이를 따랐던 조합원도 지쳐있다고 자신들 입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 노조가 정상화될 때까지 노조협의는커녕 투쟁을 제대로 조직할 사람들조차 없다는 것. 그나마 부결된 합의안은 우리가 희망했던 수준은 아니나, 최선의 결과라는 것을…
현장으로 투쟁하자고 지침이나 문자나 선전지나 내려보내면 조직이 끝이다? 위급한 상황을 자신들이 이렇게 거듭 확인 시켜줬는데, 그런데도 나서지 않는 조합원이 문제라고? 자기 위로인가, 아니면 지금 조합원을 협박하려는 것인가?
이제 명료하게 드러날 것이다. 노동조합 하는 자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조합원의 분노가 아니라 그들의 좌절이라는 것을… 그러니 제발 위선을 걷어치워라!